인간은 30대에 최대의 골량을 기록하고 그 뒤로는 골량이 계속 감소하기 때문에, 예를 들어 골다공증과 같은 증상이 생기면 칼슘을 많이 먹어서 부족해진 골밀도를 “보충”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, 예방적으로 평소에 뼈 건강에 신경 쓰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. 그런데 뼈 건강을 위해 칼슘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지만, 칼슘은 원래 잘 흡수되지 않고 많이 먹어도 거의 배출되어 버립니다.
칼슘의 흡수에 결정적으로 관여하는 것이 비타민 D입니다. 비타민 D가 없으면 칼슘만 아무리 퍼먹어도 소용이 없습니다. 이 비타민 D는 따로 먹어야 합니다.
음식을 골고루 잘 먹고 충분한 운동을 하면 비타민 D 결핍도 예방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안일하게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. 영국 국가보건제도(National Health Service)에서는 2016년 기사에서 다음과 같이 명시적으로 밝혔습니다.
… the advice is to consider taking vitamin D supplements because it is difficult to get enough from food alone. 1
… 음식만 먹어서 충분히 섭취하기 어려우니 비타민 D 보충제를 고려하시라는 것이 우리의 조언이다.
예를 들어 비타민 D 결핍을 예방할 수 있는 식재료로 자주 소개되는 것이 계란인데, 성인 한 명의 비타민 D 목표 섭취량은 혈중 비타민 D 농도에 따라 다르지만 1000 IU라고 하면, 계란 한 알에 들어있는 비타민 D는 44 IU입니다. 2 따라서 단순히 계산하면 계란을 하루에 스물세 알 먹어야 합니다. 우유 100 그램에는 1 IU 들어 있으니 3 우유는 하루에 100 킬로그램 마셔야 합니다. 불가능합니다. 비슷한 재료 단위에서 비타민 D가 더 많이 들어 있는 것은 연어나 참치 정도인데 역시 매일 그것만 먹고 살 수는 없습니다.
햇빛을 쬐면 비타민 D를 체내에서 합성할 수 있다고 해서, 야외 활동으로 비타민 D를 얻으면 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것도 불가능합니다. 한국의 위도와 기후로는 충분한 광량이 확보되지 않습니다. 날이 좋을 때 노출이 많은 옷차림으로 실외에 있어야 합니다(대다수 현대인에게 불가능). 창문을 통과한 햇빛으로는 비타민 D가 생성되지 않습니다(망함). 자외선을 쬐면 피부암이 발병할 수 있는데,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면 비타민 D 생성 효과가 떨어집니다(망함). 그나마도 계절 격차가 커서 여름철 아니면 다 소용 없고(망함), 여름에 장마나 태풍 등 악천후도 잦아서 또 허탕을 치게 됩니다(망함). 이러니 한국 여성이 서구 여성보다 혈중 비타민 D 농도가 떨어진다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도 언급하는 것입니다. 4
망했습니다. 방법이 없습니다. 알량한 자존심 갖다 버리고 그냥 비타민 D를 사먹으며 문명의 노예 된 삶을 수용합시다.
요즘 비타민 D는 먹기도 쉽습니다. 예를 들어 다나음에서 나온 비타민 D 정제 제품군이 있는데, 그냥 씹어먹어도 되고 맛있습니다. 다나음은 간 건강 제품의 이름을 ‘프로메테우스’라고 짓고 충격적인 패키지 그림을 사용하여 (연합뉴스: 다나음, 간 기능 보호제 ‘프로메테우스 정’ 출시) 제 기억에 남아 있는 회사입니다. 아무튼 500 IU 제품에서 5000 IU 제품까지 다양한데, 본인의 혈중 비타민 D 농도를 검사 받아 보시고 적절히 고르시면 됩니다. 지금까지의 자료로 보면 일반적으로는 성인 기준 하루에 1000 IU 정도가 적절한 것 같군요.
지나치면 해롭습니다. 50-70세 여성들을 세 집단으로 나누어 비타민 D의 복용량을 달리 하는 실험 연구 결과, 매일 4,000 IU를 먹은 집단은 반응 검사에서 반응 시간이 현저히 길어지는 결과가 나왔습니다. 5 연구 논문 저자인 Sue A. Shapses 교수는
“The slower reaction time may have other negative outcomes such as potentially increasing the risk of falling and fractures,” … “This is possible since other researchers have found that vitamin D supplementation at about 2,000 IU daily or more increased risk of falls, but they did not understand the cause. Our team’s findings indicating a slower reaction time may be one answer. Many people think that more vitamin D supplementation is better, but this study shows that is not always the case.” 6
반응 시간이 느려지는 것은 낙상이나 골절의 위험이 커지는 등의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. 다른 연구자들이 비타민 D 보충제를 일 2,000 IU 이상 투여하는 연구에서 낙상의 위험이 커진다는 것을 발견했으나 원인을 이해하지 못했다. 우리의 발견으로 반응 시간이 한 요인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. 많은 사람들이 비타민 D 보충은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하지만,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이 연구가 보여준다.
라고 언급했습니다.
또한, 칼슘은 요로결석의 주성분인데, 비타민 D는 칼슘 흡수를 도우므로, 요로결석 위험군(주로 20-40대 남성)은 비타민 D의 복용량에 더욱 주의해야 합니다. 이에 관해 다양한 연구가 있으나 메타분석 결과는 대체로 혈중 비타민 D와 요로결석 간에 상관 관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. 7
정확한 비타민 D 권장량은 혈중 비타민 D 농도에 따라 다르므로, 검사를 받아 보시고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본인에게 맞는 섭취량을 결정하시기 바랍니다.